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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판
주부 4년차의 저자가 그 동안 남자주부로 살면서 생각하고 느꼈던 것을 당당하면서도 가슴 아리게 말하고 있다. 살림을 하면서 차츰 여자를 하등 동물로 생각하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지금은 남녀 동등, 나아가 여자가 더 우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혼탁한 우리 사회를 구하는 길은 섬세하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여자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앞으로 주부들이 '살림'을 직업으로 인정받는 날까지 앞장서서 일할 계획이라고 한다.남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나섰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남녀구분이 그만큼 사라져 가고 있는 증거라 하겠다. 저마다 개성을 중요시하고, 돈보다는 스스로가 즐기고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을 찾겠다고 외치다 보니, 저자가 살림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주장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파출부를 자처하고 나선 남자들은 TV의 진기명기 프로에서 다뤄지고, 정작 살림하는 남자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저자처럼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죄지은 사람처럼 숨어만 있었던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출판사의 편집장으로서도 능력을 인정받던 차영회 씨는, 비록 시작은 자의가 아니었더라도, 이제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네 살림살이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아줌마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귀가 따갑도록 시끄럽고, 끈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가슴 따뜻한 이야깃거리도 많다. 그런데 어색하기만 하던 남자가 주부로서 겪는 이야기는 더 기상천외하고, 새로운 재미를 솔솔 느끼게 해준다.
인터넷에 먼저 올라온 그의 글은 수백 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주부들뿐 아니라 같은 직업(?)을 꿈꾸었던 남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 남자가 나서서 주부들의 노고를 인정해주고, 당연시하게 여겨져 왔던 주부들의 뼈빠지는 고통을 당당한 직업으로 인정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글을 읽는 여자들이 지지를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그의 글은 감칠맛이 난다. 톡톡 튀는 그의 인생만큼이나, 언제나 활짝 웃고마는 그의 선한 인상만큼이나, 우리의 고단한 인생살이를 환하게 밝혀주는 그의 글 한편을 읽으면 그의 독특한 삶이 부럽기까지 하다.
저자도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 어머님의 마음고생, 친구들과의 어색함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손가락질 해도, 우리 가족이 나로 인해 행복하고 또한 나로 인해서 행복을 찾은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비난이 두렵지 않다' 고 말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면 언제나 고통이 뒤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시련도 결코 과장되지 않고, 워낙에 밝은 그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도록 재미있는 입담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는 그간에 인터넷에 올렸던 글 중에서도 독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던 글과 최근에 쓴 글들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살림하는 여자들의 숨겨졌던 행동에서부터 콩나물 값을 알아야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저자 나름의 소신이 담긴 주장까지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 목 차
지은이의 말
제1부 춤추는 브래지어
정말 그게 떨어진 것은 아닐까?
기다림이 끓는 된장 찌개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
당당한 외조, 외로운 외조
남편은 아내가 챙겨야 한다.
(이하생략)
제2부 나는 부엌으로 출근한다.
지겹지도 않아?
아빠가 창피해
나는 부엌으로 출근한다.
감자를 깎으며
에고! 난 어떡해!
(이하생략)
제3부 마누라가 곁에 있어도 난 외롭다.
아내의 살 냄새가 그리운 날
마누라가 곁에 있어도 난 외롭다!
아들의 여자 친구
때로는 기쁨도 걱정이 된다.
아들의 오줌발에 눌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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