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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크리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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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데이비드 그레고리(David Greg) / 한은경 역
출판사 럭스미디어 / 2011 년도 / 560 페이지
상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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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판


영원한 생명이 가능해지는 미래가 찾아온다. 인간이 치러야할 대가는 과연 무엇일까?


2088년.정글 사람들을 몰살시킨 의문의 질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선교사의 딸 애비게일 콜드웰은 34년 만에 처음으로 문명세계로 나온다. 애비는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반드시 미국에 기독교 신앙을 다시 알리라는 할아버지의 오래된 메시지를 지키기 위해 고국인 미국으로 향하지만, 미국에서 기독교가 이미 완전히 소멸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기독교의 소멸보다 더 커다란 문제가 다가온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전문가가 마침내 인간의 뇌를 실리콘 형태로 다운로드하는 기술을 완성시킨다. 두뇌 이식수술이 시작되면서 드디어 인간의 육체적인 죽음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이 부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인간은 도대체 어떤 비용을 치러야하는 것일까?


영혼의 추구보다는 몸의 자극에 중독된 이 미래세계에서 애비게일은 아버지의 돌연한 죽음에 의심을 품은 역사학자 크라이턴 다니엘스와 힘을 모으게 되고, 이 둘은 자신들의 사악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를 자들의 표적이 된다. 이제 모든 인류의 영성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의 과학과 우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종교적인 주제가 합해진 결과물이 바로 이 한 편의 스릴러처럼 흥미진진하면서도 깊이 있는 소설이다.


기독교인만을 위한 소설이 아닌,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과 신학적 문제 탐구
이 책의 제목은 “라스트 크리스천(The Last Christian)”이지만 단순히 기독교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그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철학, 신학적 문제를 공상과학을 배경으로 탐구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미래의 인간들은 하나하나 인공 뇌로 대체하게 된다. 인공 뇌는 신을 알 수 없으며 신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신과의 관계를 잃게 된다. 이 소설은 바로 이 점을 통해 우회적으로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과연 뉴런과 뉴런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인간의 두뇌작용을 넘어서는 인간 본질적인 어떤 것이 존재하는가의 문제, 또는 인간의 의식, 기억, 판단, 감정 등 모든 인지적 능력 역시 실리콘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던지는 것이다.
뇌를 갈아 끼우면 정체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뇌의 뉴런에 저장된 정보를 실리콘 인공두뇌에 완벽하게 복사한다 하더라도 신을 느끼고 알게 되는 능력까지 복사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복제 불가능한, 인간고유의 영역, 곧 신과 맞닿아 있는 영역은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인공기계로는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가는 인간 본질의 존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인간의 뇌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사람들은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형, 무형의 존재나 현상 등에 대해 호기심과 깊은 의문을 갖고 연구해왔다. 이 연구가 우리 인간의 몸에 대해 이루어질 경우 인간의 삶과 문화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함께 따라오게 마련이다. 예컨대 인간이 세포를 발견하고 유전자를 찾아내면서 유전공학의 기틀이 마련되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기술이 발전된 것이다.
유전공학 이후 또 다른 신세계로 급부상한 뇌 연구로 인해 신경공학이 가능하졌다. 이 뇌신경공학을 전제로, 인간이 인간의 뇌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가 이 소설의 기본 출발점이다. 인공 심장이나 인공 팔과는 전혀 다르게, 뇌, 혹은 인공두뇌에 대한 생각은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등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나아가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 본문중에

2088년 4월 3일
“레이, 자네의 뉴런이 한창 자극을 받았군.”
레이 콜드웰이 지난 수십 년간 들어온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고 곧 그의 머리 위로 브라이슨 니콜스의 얼굴이 나타났다.
‘지금 난 분명 누워 있는 거야.’
하지만 레이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머리를 좌우로 돌려보려 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손가락을 움직이려 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공포가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온몸이 마비된 것이다.
“수술과정을 알려주려고 일부러 자네를 깨웠네.”
수술과정이라니? 무슨 수술을 한다는 거야? 그가 이미 다 취소했기 때문에 예정된 수술은 없었다.
니콜스가 낯익은 수술도구를 휘두르며 레이의 머리 위와 뒤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니콜스가 수술준비를 하면서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에게 약을 먹여서 미안하네만 그 방법밖에 없었어. 오랫동안 함께 일했으니 내가 우리의 우정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자네도 잘 알 걸세. 나라면 이 우정을 망칠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레이, 자네는 비상식적으로 행동했네. 이 시점에서 수술을 중단한다는 건 미친 짓이야. 자네가 미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네. 아니면 수술에 대해 겁을 먹었을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자네를 위해서라도 수술일정을 앞당겨야 했어.”
니콜스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거꾸로 뒤집힌 미소를 머금은 그의 얼굴이 레이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자네의 알파파를 보니 자네가 수술을 꺼려한다는 건 알겠지만 내가 이해하지. 수술이 끝나면 자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
콜드웰은 니콜스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결단성과 자신감이 넘쳐나는 침착한 표정이었다. 이제부터 저지르려는 범죄에 대한 죄책감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 레이. 마침내 자네는 생물학적 지능의 구속에서 벗어나는군. 내가 자네라면 정말 좋을 텐데!”
니콜스의 손놀림과 신경 스캐너의 기계소리를 제외하면 수술실 안은 조용했다. 콜드웰은 수술절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완전한 건 아니지만 그 역시 수없이 해본 일이었다.
‘생각을 해!’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한 시간 후면 자신의 생물학적 뇌와 영원히 분리될 것이다… 영원히. 말만 할 수 있어도 니콜스를 설득할 수 있을 텐데….
니콜스의 얼굴이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수술준비가 모두 끝났음을 직감했다. 지금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마지막 기회다.
“… 레이, 지금 자네 손을 두드리고 있네. 물론 자네는 아무 감각이 없을 거야. 내가 늘 자네와 함께 있을 거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군.”
니콜스가 콜드웰의 얼굴 옆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자네가 부럽군. 우리 계획은 언제나 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었는데, 이제 최초의 트랜스휴먼으로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는 건 바로 자네야.”
그가 허리를 똑바로 펴며 말을 이었다.
“사실 내가 자네 손에 이식수술을 받을 수도 있었지. 하지만 업적을 인정받는다는 게 궁극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우리가 인류의 진보에, 아니 우주 자체의 진화에 기여하는 바에 비하면 별로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는 자신의 오른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자네의 뇌 스캔을 보아하니 내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군.”
그가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레이, 자네의 감마파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네. 진동이 선명한데,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그는 수술대에 누운 콜드웰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늘 나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었지. 동료 중에 자네처럼 자신의 뇌파를 조정하는 사람은 없어. 오래전부터 자네와 한 팀으로 일해왔지만 여전히 놀라울 뿐이야.”
그가 콜드웰의 시야에서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레이, 이제 자네를 다시 재워야겠군. 자네가 일어날 때면 모든 게 끝나 있을 거야. 지금 뭘 걱정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곧 다 사라질 걸세. 자네는 그동안 우리가 함께해온 연구의 최종 결과물이 될 거야. 인류가 지난 수천 년간 꿈꿔오던 일이지. 이 원대한 비전을 시도하면서 우리가 함께했던 우정과 동료애도 변함이 없을 걸세. 곧 자네가 나를 수술하게 되겠지. 우리 두 사람이 인류를 지상최대의 모험으로 이끌고 가는 거야.”
그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쳤다.
“그럼 건너편에서 만나세.”
레이 콜드웰은 의지력을 총동원해서 팔다리를 움직여 수술대의 고정 장치를 풀어보려 했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잠시 후면 마취제 때문에 의식을 잃게 될 것이다. 다시 깨어나면 그의 생명, 아니 존재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던 유일한 것을 상실하게 될 터였다.
온몸이 점점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어질어질했다.

세 시간 6분 후에 콜드웰의 새로운 뇌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취에서 깨어났다. 이제 그의 두개골에 자리 잡은 실리콘 덩어리가 전자파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수술대에서 벌떡 일어나 수술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1미터 거리에서 미소 짓는 브라이슨 니콜스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레이, 정말 멋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놀라운 신세계로군. 기분이 어떤가?”
그의 시선이 니콜스 옆의 유리병으로 옮겨졌다. 자신에게서 추출된 1.36킬로그램의 회색물질이 병 안에 담겨 있었다. 그의 공포감이 어느새 체념과 슬픔으로 변했다. 무엇보다 두려워했던 일이 이미 벌어져버렸다.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그는 자신의 연결고리를 영원히 잃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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